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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닌그라드 대전투


겨울소묘-3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808)
Original Image size 9,000 x 6,000 Pixels(51.5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오늘이 대설인 양력 12월 7일이다.
강원도 지방엔 눈도 제법 많이 내리고 겨울답게 전국이 꽁꽁 한파에 얼었다. 그렇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다. 옷깃으로 스며드는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추리다가도 엇그제 TV에서 보았던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중국 아가씨(흑룡강 출신)의 말이 생각나 웃음을 감추지 못 하였다.
'우리 중국 북쪽 지방에는 겨울에 영하 30도는 예사라요, 심하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는데요...콧물이 흐르자 말자 고드름이 되요. 여기 한국 겨울은 그쪽 생각하면 봄날같지요'
겨우 영하 3-4도 되는 서울 날씨가 춥다고 호들갑떠는 자신이 머슥해져 어깨를 펴고 걸었다.
춥긴 뭐가 추워? 시원하지....하면서 걷다가 나도 모르게 마후라를 목에 한 바퀴 더 돌리면서.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좋은 나는 체질적으로 더위를 못 견디는 이유도 있지만 축 늘어져 만
사가 다 귀찮은 여름보다 긴장감과 생존을 위한 삶의 욕구가 겨울에 훨씬 많이 느껴져서 그렇
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갖 졸업하고 1969년 서울에 대학을 가기 위해 부산 촌놈이 단단히 추위
를 이길 무장을 하고 서울에 첫 발을 디뎠을 때, 그 쨍~ 하던 칼날같은 추위를 맞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 살아남아 그런지도 모른다. 그 해에는 서울에 왠 눈도 그렇게 많이 오던지 어렵
사리 구한 극장표를 가지고 대한극장에서 난생 처음보는 70mm 대형 스크린 <닥터지바고>를 보
면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 하였다. '그래 저 영화의 주연인 '오마샬리프'가 썰매
를 타고 달리던 동토를 나는 꼭 가볼꺼야' 하면서.......나이 19세의 소년에게 그렇게 다가온
추위는 전투를 기다리는 병사의 심장처럼 마구 팔딱거리며 뛰었고 마치 겨울이 인생의 새로운
시작처럼 깊게 깊게 각인되었다.

 

  세월이 무심코 주마등처럼 지나가 그로부터 다시 40년이 지났다.
인생이란 정말 허망한 것임을 나이가 들면 누가 느끼지 않을까마는 나의 60번째 겨울은 여늬
때와 달리 초긴장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음을 다시금 실감한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 하면 우리 부대원 한 사람도 고향땅을 밟을 수 없다고 느끼면서 참호 밖으로 하염없이 내
리는 눈을 보며 다짐을 하고 또 한다. 그나마 이런 겨울을 맞을 날이 지나온 날 보다 많지 않
기에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한다. 인생은 전투다. 나의 '레닌그라드' 대전투는 언제나 이
렇게 겨울에 시작하는 모양이다.
 
 
 

by 디지털그림세계 | 2009/12/07 11:11 | 디지털 풍경 | 트랙백 | 덧글(0)
시의적절한 최상책


갈대밭의 아이들-3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807)
Original Image size 7,000 x 4,816 Pixels(96.5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평소에 나의 그림을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은 이 그림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벌써 3번씩이나 개작을 하였기 때문에 눈에 익은 그림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에만 관심을 두면
된다. 찬찬히 뜯어보면 갈수록 묘사가 생략되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충실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사실 이런 동화적 배경의 그림이 묘사가 충실하면 할수록 잡자의 삽화나 만화처럼 흘러
버리기 싶상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박수근씨의 <빨래터>같은 그림도 세세한 묘사가
거의 생략되었음을 간파할 때, 앞서 내가 이야기한 생략의 여운이 그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
함을 알 수 있다. 어느 싯점까지만 그려야 되는가는 작가만의 몫이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논어의 선진편에서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
다는, 다시 말해서 덜 함이 더 함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는데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 이라고 하여 과유불급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문장이다. 매사에 중용(中庸)이 최선이라는 뜻인데 그렇다고 매사에 다 적
용될만큼 진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학문을 하는 사람이,
또는 예술을 하거나 탐험을 하는 사람이 매사에 선을 긋고 안락함만 추구한다면 인류의 발전은
누구의 몫이겟는가? 언제나 수비형으로 자리를 지키고 무사안일, 복지부동하면 사회는 한 발자
욱도 나가지 못 하고 정체되기 마련이다.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릇 깰 일도 잦다'는 말처럼
지구의 역사는 언제나 공격주도형의 사람들에 의하여 씌여졌다. 그러한 Positive하고 Active한
행동이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옛 말에 '누을 자리 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
어떤 자리가 설 자리인지, 어느 싯점에 앉아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입을 열어야 하는지, 어
떤 시간에 침묵해야 하는지 그 때, 그 때 상황을 잘 가릴 줄 알아야 남의 눈총도 받지 않고 분
위기에 찬물도 끼얹지 않는 법이다. <뒤숭하다>는 이런 것들을 잘 못 가리는 행위를 일컷는데
과유불급이 최상책일 때, 또는 돌진이 최선일 때, 언제나 급변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시의
적절하게 대처해야 그것이 바로 최선이다. 아무리 가슴에 와닿는 격언이나 문장도 그것을 적용
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다. 다시 말해서 평생을 <과유불급>만 하면 패가망신을
하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by 디지털그림세계 | 2009/12/05 09:59 | 디지털 풍경 | 트랙백 | 덧글(0)
찟겨진 장판처럼...


장기놀이-3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806)
Original Image size 7,000 x 4,816 Pixels(96.5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나는 동양화 작가도 아니고 내 '컨텐츠'에 <풍속화>란 '장르'가 없다.
그래서 마지막 분류에 가서 나의 '폴더''카테고리' 내의 <풍경화>에 이 그림을 저장하였지만
이런 유형의 풍속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정감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쏠리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한국적인 풍속을 洋畵적 해석으로 다가선다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소재와
질감, 또 접근하는 각도가 대단히 예민하지 않으면 식상하기 싶상이라 그러한 의도적인 시도
가 자연히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단원 김홍도같은
풍속화가들의 고전을 배껴 그린다면 오늘날 현대작가로서의 감각은 어디에다 불어 넣겠는가?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고전의 풍속화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사진을 참조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골 어귀에서 어딘선가 볼 수 있는 풍경의 상상화일 뿐이다.  이런저런 공상과
혼자만의 상념들이 돗자리처럼 귀퉁이가 헤어지고, 발색하여 찟겨진 장판지처럼 너들거리며
그 또한 묘한 질감으로 다가서곤 하는 가운데 잠시나마 팽팽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있었다.

 

  아무 것도 그린 것이 없고 더 이상 그릴 것도 없이 마쳐진......

 

 

 

by 디지털그림세계 | 2009/12/04 11:06 | 디지털 풍경 | 트랙백 | 덧글(0)
말을 요약하고 압축하는 기술


찬연한 아픔이 되어-2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805)
Original Image size 8,000 x 6,000 Pixels(137.3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때로는 그저 그윽한 눈빛으로 잔잔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좋다.
정물이 우리에게 주는 최대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잔잔함인데 늘 곁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작은
소도구며 꽃이며 과일바구니 같은 것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같은 것들이 소곤소곤 말을 걸어오는
듯한 작은 기쁨이 바로 정물화의 특성이다.
  작은 소품이 주는 앙증맞음은 어쩌면 모성본능과 같은 것을 유발시키고 희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몇 송이 꽃들과 화병 하나 달랑 그려진 이 정물같은 경우에는 다 그리지 않았음에도, 바로
그러한 생략이 주는 여운같은 것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다. 작은 정물임에도 작다고 느껴지지
않음은 바로 그 여백에서 무엇인가 자꾸 이야기를 도출해 낼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말이 필요 없음에도 잡다한 사족을 달므로 인하여 괜히 막연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실망하는 경
우가 허다하다. 말은 언제나 화근이 되고 가려야 할 분위기나 장소, 때를 무시하면 그것이 엄청난
화근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상대방의 실망을 자아내기 마련이기에 언제나 조심이 최선이다.
잡다한 설명은 상대방을 짜증나게 만들고, 지리한 연설은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고, 집요한 설명
은 경계심만 불러 일으킨다. 하지 말아야 할 말, 생략해야 할 말들을 가려야 인간관계도 지속된다.
말을 압축하고 요약하는 기술이 인간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것인 것처럼 예술의 창작도 일맥상통한
다고 보면 옳다.
 

by 디지털그림세계 | 2009/12/03 15:51 | 디지털 정물 | 트랙백 | 덧글(0)
어르신, 장수하십시요.....


노인-3
2009 Daniel's Digital Artworks(2804)
Original Image size 7,000 x 5,244 Pixels(100.5 M) Resolution 300dpi, RGB Mode, JPEG Format.

 

  작업장에서 집까지 지하철로 4정거장 밖에 안 되는 나는 출퇴근에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지하철 역을 내리면 3분 내에 집을, 또 사무실은 내리지 말자 1분 거리의 역세권에 있으니
남들처럼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할 일도 없고 출근시간이래야 고작 10여 분이니 경제적으
로나 시간적으로나 감사한 행복이다. 그나마 그 짧은 7-8분의 지하철을 타는 시간에도 머리가
온통 백발인 나는 주저없이 경로석에 앉아서 오니 주차난이며 교통난이 극심한 도심지에서 차
를 운전할 이유가 있겠는가? 아무튼 어느 날부터 나는 노인네 행세를 하였고, 그것이 대단히
여러모로 편리하고 유익한 구석이 있음을 영악하게도 재빨리 알아차렸다.

 

  몇 일 전에는 택시를 탔는데 나이가 꽤 든 기사분이 날더러 '어르신, 어디까지 모실까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공덕동 로타리요' 라고 뱉어놓고 '백미러'에 비친 기사의 얼굴을 자세
히 보았는데 나보다 더 늙은 것 같아 물어보았다. '기사 아저씨는 금년에 몇이십니까?' '아,
저요? 얼마 안 됬습니다. 금년에 70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은요?' 하면서 되묻는게 아닌가?
이런 망할 꼴이 있나? 이제 60이 된 내가 그 상황에서 뭐라 답하겠는가? '하하하, 아저씨하고
제가 거의 비슷한 연배인 것 같습니다'하고 얼버무려버렸다. 거짓말을 하려고 그랬던 것이 아
니라 그 놈의 <어르신> 호칭때문에 일어난 웃지 못 할 '에피소드'였다. 게다가 그 기사양반이
목적지까지 오는데 계속 말을 걸며 어르신, 어르신 하는 게 아닌가? '아이고, 어르신은 그래도
참 깨끗하게 사신 것이 표가 납니다. 주름도 없고 얼굴이 팽팽하잖아요?' 이런 우라질, 아이들
말로 '뽀록'이 난 것일까? 게다가 목적지까지 웬 시간이 그리 많이 걸려? 어서 내려야 하는데.
황급히 차를 내리는 날더러 밉다고 그 기사는 한 소리를 더 보태는 것이었다.
'어르신, 장수하십시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가 조금도 장난끼 섞인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묘한 심정으로 출근을 하면서 스스로 다시 되뇌어 보았다.
<어르신...........> 이 말을 처음 듣는 게 아니었다. 여러번이나 비슷한 상황에서 들었던 말
인데 글쎄다. 한편으로는 장난끼 섞인 마음으로 신나고, 한편으로는 서글픔이 밀려 온다.
획실한 것은 비켜설 데 없이 정말 노인네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by 디지털그림세계 | 2009/12/02 11:29 | 디지털 인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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